[오늘의 묵상 – 1488] – 연명 의료와 장기 기증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요한복음 15:13)
오래 전에 필자의 친구 목사가 L.A.에서 목회를 하다 평소에 앓던 고혈압이 악화되어 쓰러졌습니다. 병원에 이송되어 입원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서 목회를 계속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뇌졸중이 크게 와서 결국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필자가 장로회신학대학교에 봉직하고 있을 때, 방학이 되면 L.A.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을 방문하기 위해 오면, 양로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 친구를 찾아 갔습니다. 그 친구는 베드에 누워, 말은 고사하고 손가락 하나 까닥 하지 못하고, 눈꺼풀만 깜빡거리고 있었습니다. 위장에 구멍을 뚫어서 호스로 영양분을 공급하고, 아랫배에 구멍을 뚫어, 배설물을 받아 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약 10년 동안 힘든 삶을 살다 결국 천국에 입성했습니다.
필자는 그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과연 그렇게 사는 것이 바람직스러운 일인가? 그 부인과 자녀들은 남편과 아빠가 그렇게 식물인간으로 10여 년을 살아가는 것을 원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그에게 들어간 비용은 엄청날 겁니다. 하루 세끼 특수 음식을 만들어 호스를 통해 위장에 넣어 주고, 대소변을 받아 내고, 가끔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 주고, 머리털, 수염, 손, 발톱을 깎아 주며, 깨끗한 옷과 침대 시트를 갈아 주고, 간호사, 의사들이 와서 점검을 하는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다 돈이 드는 일이지요.
10년 동안 친구에게 들어간 경비가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식물인간이 미국 전역으로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 어마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모두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되겠지요.
연명치료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임종 과정의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의미합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항암제 투여 등이 대표적 연명치료라 합니다.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연명 의료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해 두면, 위장에 구명을 뚫어, 혹은 콧구멍으로 음식을 공급하고, 아랫배에 구멍을 뚫어 대소변을 받아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운명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 아닐까요?
최근 보도에 의하면 2025년 8월, 한국에서 연명 의료를 받지 않고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서명한 사람이 약 300만 명인데, 그 중 3분의 2가 여성이라고 합니다. 2024년 전국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92%는 말기나 임종기 환자가 되면 연명 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는 존엄사 합법화도 82%가 동의를 했습니다.
사람이 죽는 것은 자연 현상이고,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살아날 가능성도 없는데, 더 오래 살겠다고 연명 치료를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다른 방법으로 자기 생명을 연장하는 길이 있습니다. 장기 기증입니다. 사망 시, 위장, 신장, 심장, 폐, 간장, 췌장, 췌도, 대장, 소장, 비장, 십이지장, 안구, 각막, 근막, 판막, 피부, 혈관, 뼈 등의 인체 조직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기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인답게 생을 마감하는 방법은 장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땅 속에서 썩어 없어질 장기들이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면 얼마나 귀한 일입니까?
우리의 생명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미리 장기 기증 서명을 해 두면, 비록 내 생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나지만, 내 장기는 살아서 어떤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준다면 얼마나 귀한 일이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친구를 위하여 생명은 주지 못해도, 죽은 후 장기는 줄 수 있지 않습니까? 오늘 사후(死後) 장기기증 문서에 서명하는 문제를 조용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