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스마트 돌봄 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 현기호 기자
- 입력 2025.05.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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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은 가운데, AI가 탑재된 돌봄 로봇을 부모님께 선물하는 등 AI 기술이 점차 돌봄 산업과 깊게 결합하고 있다. 노령 인구가 빠르게 늘고, 간병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AI 기술이 돌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AI를 활용한 노인돌봄의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고립위험 44,923가구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돌봄서비스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고립위험가구의 안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복지 수요 파악, 신속한 위기 상황 대응, 고독사 예방 등을 지원하는 복지서비스로 전력량과 조도를 측정해 위험 신호를 살피는 스마트플러그, AI가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AI안부확인, 통신, 전력, 모바일 앱을 통해 안부를 확인하는 AI안부든든·1인가구 안부살핌, 수·발신 이력, 모바일앱, IoT 디바이스를 모니터링해 안부를 확인하는 똑똑안부확인, AI 스피커를 설치해 정서 안정을 돕는 AI스피커 등 6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5월 ‘경기노인 AI+돌봄’ 추진계획을 발표해 경기도 노인돌봄의 정책 방향을 대면 사후관리 중심에서 AI를 활용한 비대면 예방 관리체계 확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 특정 지역에 노인 대상 AI돌봄서비스와 찾아가는 의료, 디지털 교육 등을 집중 지원하는 ‘AI 시니어 돌봄타운’ ▲ 휴대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안부와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늘편한 AI케어’ 사업 도입 ▲ 학대받는 노인들을 위한 ‘AI 어르신 든든지키미’ ▲ 도내 거주 노인들에게 주 1회 정해진 시간에 인공지능이 전화를 거는 AI 노인말벗서비스 등의 4가지 사업을 제시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2월부터 독거어르신 등을 위한 AI 돌봄기기 1240대를 운영하고 있다. AI 스피커와 반려로봇 등을 지원해 자조 모임을 활성화하고, 지역 내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해 사회적 고립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돌봄기기의 다양한 모니터링 기능을 활용해 어르신들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AI를 활용한 노인돌봄 도입에 속도를 내며 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를 먼저 겪기 시작한 대표적인 국가 일본은 수십 년 전부터 ‘로봇 반려동물’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해 왔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1990년대 일본 국립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치유로봇 ‘파로(Paro)’는 여전히 노인 돌봄 로봇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바다표범 모양의 이 로봇은 온순한 외형과 감정 반응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치매 환자의 정서 안정과 사회적 교류 촉진을 목적으로 다수 요양시설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전체 인구의 29%가 65세 이상으로, 노인 돌봄 인프라 부족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을 적극 활용해 왔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로봇은 ‘간병인을 보완하는 제3의 가족’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AI 반려로봇’을 본격적으로 돌봄 정책에 도입하고 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뉴욕주 고령화사무국(NYSOFA)는 지난 2018년부터 고양이, 강아지, 앵무새의 모습을 딴 반려로봇을 배포하기 시작했으며, 2024년 기준 누적 보급 수는 3만 1,500대에 달하고 있다. 해당 로봇은 빛과 접촉을 인식해 반응하고, 사용자가 움직임을 멈추면 노래를 불러 다시 걷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그렉 올슨 NYSOFA 국장은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외로움을 하루 담배 15개비에 맞먹는 건강 위협이라고 칭하며 특히 팬데믹과 같이 가족 방문이 어려운 시기에 로봇 반려동물은 어르신들의 정서적 고립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로봇 고양이를 자신의 손에서 떼는 것을 거부하거나, 로봇과 함께 매장되기를 원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올슨 국장은 “이 로봇들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다수 기술 중 하나로 분명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소셜 로봇 ElliQ 등 최신 모델의 도입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노인요양시설에 AI 기반 ‘스마트 돌봄 로봇’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는 대형 AI 모델이 탑재된 고령자 전용 케어 로봇이 도입돼, 식사 보조·재활 훈련·배변 지원 등 일상 기능을 자동화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감정 반응까지 인식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하이, 시안, 푸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스마트 시니어케어 시범사업’을 통해 이동보조기, 낙상감지기, 배변보조 로봇 등 특화 장비를 도입하고 있으며, 중국 국무원은 2024년 ‘지능형 돌봄 로봇 산업 육성지침’을 통해 숙박·의료·관광 산업과의 연계를 유도하고 있다.
AI 트레이너이자 요양시설 연구자 첸정샹(Chen Zhengxiang)은 “지금의 돌봄 로봇은 감정 인식과 언어 이해력이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에는 ‘AI 자식’ 수준의 정서적 상호작용까지 가능해질 것”이라며 “기술의 따뜻함이 진짜 돌봄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 하에 ‘하이테크+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 돌봄 전략을 내세우며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AI를 활용한 낙상 감지 센서, 병상 관리 시스템, 스마트 주택 설계 등을 통해 독거노인 및 치매환자 돌봄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이추(Han Ei Chew) 싱가포르 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는 간병인을 돕는 눈과 귀, 로봇은 손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하며 “AI는 돌봄의 자율성을 강화해야지 통제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직접 작동 범위와 권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영국도 고령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 돌봄 기술 도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6일 BBC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요양시설과 가정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의 통증 여부를 감지하거나, 야간 낙상 사고를 줄이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시범 도입되고 있다.
옥스퍼드셔 주의 엘름브룩 요양원에서는 ‘페인첵(Painchek)’이라는 AI 앱을 도입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입소자들의 통증 여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약 처방을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 AI가 입소자의 얼굴 표정을 인식해 통증 수치를 점수화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요양원 측은 “통증 완화와 가족 안심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사우샘프턴의 한 요양시설에서는 센서 기반 청각 AI 시스템을 통해 야간 환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상 소음을 기록,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에만 개입해 어르신의 숙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

다만 BBC는 영국 사회에서 인간 중심 돌봄의 본질을 AI 기술이 위협할 수 있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도 짚었다. 캐롤라인 그린 옥스퍼드대 윤리 AI 연구소 박사는 “AI는 행정적 처리와 위기 감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람이 주는 정서적 돌봄을 대체할 수 없다”라며 “AI가 전면화될수록 인간 돌봄의 역할이 왜곡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또 그녀는 정부 차원의 사회돌봄 분야 AI 활용 가이드라인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지적하며 개인정보 보호, 편향된 판단, 기술 선택권 부족 등이 향후 돌봄 분야에서 주요 사회적 논쟁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도 덧붙혔다.
지난 2020년 세계경제포럼 역시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포럼에 따르면 인공지능 및 돌봄로봇의 보급이 인간의 보살핌을 대체하게 되면 로봇이 노인 돌봄의 중요 수단으로 자리잡아 ‘돌봄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제기된다. 로봇 돌봄 서비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돌봄만을 제공할 뿐, 돌봄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또는 ‘감정적’ 기능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돌봄을 위해 구축된 시스템이 악용되어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개인정보가 오용되어 결국 돌봄서비스의 수요자인 고령자의 권리가 무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