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83> 천당, 천국, 낙원, 이게 다 뭔가요?
천당…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란 말은 일제 강점기 때 굴함 없이 복음을 선포하던 최봉석(최권능, 1869-1944) 목사의 전도 메시지에서 비롯되었다. ‘천당’은 기독교 도입 이전 불교의 극락 세계를 가리키는 말로 성경의 ‘하나님 나라’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토착적 번역이었다. 요즘 우리 성경에서는 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성경의 ‘하나님 나라’ 또는 ‘천국’의 본질적 의미에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른 종교 문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런 뉘앙스의 차이를 귀동냥으로 들었기에, 언제부터인가 단어를 슬쩍 ‘예수 천국, 불신 지옥’으로 바꾼 길거리 전도인들의 ‘천국’(天國)이란 말도 37번에 거쳐 오직 마태복음에만 나온다. 다른 복음서와 편지들이 사용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마태적 표현이다. 유대인을 염두에 두고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마태복음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발음하는 것조차 꺼리기에 ‘하나님 나라’(헤 바실레이아 투 쎄우 ἡ βασιλεία τοῦ θεοῦ)를 우회적 방식으로 ‘하늘 나라’(헤 바실레이아 톤 우라논 ἡ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본래 예수께서 선포한 것은 천당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이다. ‘하나님이 다스리심’을 뜻하는 개념이다. 하나님이 삶과 역사의 왕이 되심을 가리킨다. ‘하나님 나라’는 지금 여기서도 하나님의 주권이 실현될 때 이미 임한 것이다. 하나님 나라가 ‘우리 안에’ 있다고도 하셨다(눅 17:21). 그리고 현재의 문제와 모순을 모두 극복하면서 온전하게 이루어질 미래의 그 때가 있어, 그 미래의 하나님 나라가, 현재의 차원에서 내다볼 때 소위 ‘천당’과 같은 내세성을 지닌다.
하나님 나라는 몸 없는 귀신 상태의 영혼들이 바람처럼 떠다니는 유령의 세계가 아니다. 죄로 망가진 지금의 이 세계와는 다르지만 ‘부활의 몸’, 즉 우리의 현재 몸에 비견되는 우월한 상태의 형체(corporeality)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있는 공간과 시간, 또는 현재 시공(時空)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 어떤 영역이다(고전 15:35-50). 사랑의 관계가 있으며, 그렇기에 사회 현상과 문화가 존재할 것이고, 아마 창조적 노동과 놀이가 있는 풍요로운 삶일 것이다.
지금 이곳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존재하는 그 미래의 상태와 현상을 ‘낙원’이라고도 부르기에(눅 23:43, 고후 12:4, 계 2:7) ‘천당’과 비슷한 개념이 하나님 나라에 포괄되는 것이다. ‘낙원’은 영어의 ‘파라다이스’(paradise), 그리스어로 ‘파라데이소스’(παράδεισος)로, 에덴 동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완성된 하나님 나라의 상태를 ‘에덴동산’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대유법(代喩法)이다. 대통령실을 백악관이나 청와대로 부르는 것과 같은 수사법이다.
‘천당’은 하나님 나라를 너무 일부(一部)로 축소시킨다. 마태복음의 ‘천국’은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천당’을 연상시켜 안타까운 표현이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Kingdom of God)가 애초에 예수께서 사용하신 표현으로 가장 근사하게 정확하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 오늘 지금 들어도 참 좋다. 마음에 다시 새긴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마 6:33).
